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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조건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654 추천수:16 112.168.96.71
2014-11-25 10:12:57
나의 남편 미우라가 택한 신부감은 두말할 것도 없이 바로 나다. 나는 왜 그가 나같은 여자를 택했는지 생각하면 할수록 이상하기만 하다. 누구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결혼 상대를 선택하는 데는 저마다 조건들이 있을 것이다. 여자에게 선택 조건이 있듯이 남자에게도 저마다 미래의 아내에 대한 상이 있을 것이다. ‘둥그스름한 얼굴을 가진 명랑한 여성’이라든가 ‘음식솜씨가 뛰어나고 자상한 여성’이라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어쨌든 스무 살이 채 되기 전부터 남자는 여자에 대해서 자기 나름대로의 꿈을 지니고 있음에는 틀림이 없다. 그리고 건강해야 한다는 조건은 상대가 여자이어야 한다는 것처럼 지극히 당연한 것이어서 새삼스럽게 내세울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와 더불어 여자가 남자인 자신보다 나이가 적어야 한다는 사실도 당연한 것임에 틀림없다.만약에 당신의 형이나 동생 또는 아들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면, 당신은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그녀는 폐결핵과 척추 카리에스로 8년 동안이나 병상에 누워 있습니다. 지금도 그녀는 여전히 침대에 누워절대 안정을 취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때때로 각혈도 합니다. 나이가 33세이니 나보다는 두 살이 더 많고 그다지 예쁜 편도 아닙니다. 그녀의 애인은 죽었고 그녀의 머리맡에는 항상 그 애인의 사진과 유골상자가 놓여 있습니다. 그녀의 병세가 언제 호전될 지는 알 수 없으나 나는 언제까지고 기다릴 것입니다. 만약에 그녀가 낫지 않는다면 난 절대로 그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을 겁니다.”
아마도 당신은 “세상에 그런 법은 있을 수 없다!”며 어떻게 해서든지 설득하려고 할 것이다. 나 자신도 물론 그런 경우에는 단호하게 반대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어리석은 소리를 한 사람이 있으니, 바로 나의 남편 미우라 미츠요이다. 그는 공무원이었고 꽤 핸섬했다. 그는 여러 여성으로부터 사랑의 고백을 듣기도 했고, 혼담도 무척 많이 들어왔다. 그러나 그는 모든 것을 마다하고 오직 나만을 기다려 주었다.더구나 내 주위에는 여러 명의 남자친구가 있었고, 그가 나를 찾아왔을 당시에도 몇몇 남자친구들이 나의 병실을 번갈아가며 찾아와 주곤 했었다. 게다가 나는 예쁜 얼굴도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그다지 순수한 편도 아니었다.

대체 그가 기다릴 만한 가치가 나에게 무엇이 있었을까를 자꾸 곱씹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일 주일에 한 번씩 문병을 왔고 계속 격려해 주었다. 그 결과 그를 만난 지 5년 만에 나는 겨우 건강을 되찾게 되었다. 그는 내 건강이 7년 걸려서 회복되든지, 8년 걸려서 회복되든지 간에 틀림없이 기다려 주었을 것이다. 그는 바로 그런 사람인 것이다. 그가 35세, 내가 37세 되던 해에 마침내 우리는 교회에서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120명 가량의 사람들이 약간씩의 회비를 내어서 홍차와 케이크를 마련하여 축하 파티를 열어 주었다. 간소하기 그지없는 파티였지만 정성이 가득찬 감동적인 것이었다. 결혼 전날까지 신열이 있던 나는 신혼여행도 포기한 채 남의 집 창고를 개조해서 만든 단칸방에서 그와의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결혼 생활에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 일까? 나는 결코 평범하지만은 않은 나의 결혼 생활을 돌아보며 생각에 잠긴다. 사랑받을 만한 조건을 한 가지도 갖지 못한 나를 기다려 주고 끝내 아내로 삼아 준 미츠요의 사랑은 단순한 남녀의 사랑을 넘어선 것이리라. 참다운 사랑이란 것은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돌아볼 만한 조건을 갖추지 못한 것을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나의 인간적인 결점과 허약한 신체, 남의 입에 오르내리던 연애 사건을 모두 포용한 미츠요의 사랑이야말로 참다운 사랑이 아닐까? 결혼한다는 것은 상대의 과거뿐만 아니라 미래까지도 용서할 각오가 있어야만 가능하리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그와 결혼했다. 그러나 나는 그에게 제대로 보답하지 못하고 있다.

사랑의 조건 / 미우라 아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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