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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한 아침 식사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650 추천수:16 112.168.96.71
2014-11-25 10:08:54
"김명식! 이리 나와!" "네." "너 이놈 초등 학생이 술을 먹고 학교엘 와?" 선생님은 단단히 화가 나셨다. 명식이는 용서받지 못할 일을 한 것이다. 아침조회 시간에 얼굴이 불그스레한 모습으로 맨 앞자리에 앉아 있었던 거다. 명식이는 종아리를 맞기 시작하였다. 금새 그애의 종아리는 부풀어 올랐다. 얼마나 맞았는지 시퍼런 멍이 정강이 아래 위를 여기저기 물들였다. 친구들도 모두 가슴이 두근거렸다. "바른대로 말해! 너 술 먹었지?" "아니에요. 안 먹었어요."

우리는 명식이가 바른대로 말하기를 바랬다. 분명히 얼굴이 빨간데도 왜 거짓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술 냄새도 나는 것 같았다. 이따가 점심시간에 교무실로 오라는 선생님의 청천벽력 같은 고함소리는 온 교실을 찬물 끼얹은 듯 조용하게 만들었다. "명식아, 너 정말 술 먹지 않았니?" 친구들은 쉬는 시간마다 물었다. 명식이는 울기만 하였다. 점심 때 교무실에 불려가게 되면 큰일이라고 생각하였다. 지난 번 다른 반의 어떤 애가 남의 주머니에서 돈을 훔친 게 발각된 일이 있었다. 그 애의 부모님들이 며칠씩 학교에 불려 다녔다.

"너 아침에 뭘 먹었나 곰곰히 생각해봐." "아빠가 양조장에 가서 술지게미를 사왔어. 그걸 당원 넣고 데워서 우리 식구 모두 한 그릇씩 먹은일밖에 없어." 명식이는 제 얼굴이 어째서 붉어졌는지 조차 모르고 있었다. 우리는 곧바로 선생님께 가서 말씀드렸다. 그 애가 엊저녁부터 끼니를 걸렀다는 얘기와 오늘 아침에도 빈속에 술지게미로 밥을 대신하였다고 말이다.

이 말을 들으신 선생님께서는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시더니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하였다. "뭐라구! 그게 정말이냐? 이런, 이런… 명식이 가슴에 못을 박았구나!"하시면서 명식이를 찾았다. 명식이도 오전 내내 울었기 때문에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명식아, 선생님이 정말 잘못했다. 아침도 먹지 못하고 온 너를 이렇게 때리다니…" 선생님께서는 물수건으로 명식이 종아리를 찜질해 주셨다. 명식이는 그냥 흐느끼기만 하였다. 우리들도 그 모습을 바라보며 울기 시작하였다.

그날 선생님은 점심을 굶으셨다. 그 후에도 선생님은 점심 시간만 되면 가끔 명식이를 부르곤 하셨다. 우리는 왜 선생님이 명식이를 부르는 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이제 그만한 나이의 내 아이까지 둔 지금, 아들 녀석이 밥상에 앉아 먹기 싫은 밥을 억지로 엄마와 싸우며 먹을 때마다 '밥이 없어서 아빠가 양조장에 가서 술지게미를 사왔어요….'라며 얼굴을 붉히던 명식이 생각이 나 마음이 착잡해지곤 한다.

술에 취한 아침 식사 / 구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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