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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바보같으니...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538 추천수:16 112.168.96.71
2014-11-25 10:02:24
어느 변두리 지역에 우편배달을 갔을 때다. 양계장 집에 편지를 전해 주고 막 돌아서려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아저씨, 수고 많으십니다. 이거라도 하나 잡숫고 가세요.”하며 계란 하나를 쥐어 준다. 얼떨결에 받고 보니 보통 계란보다 훨씬 큰 것이었다. “이렇게 큰 계란은 처음 보는데요.” 하고 물으니, “그게 쌍계란이어서 그래요. 노른자위가 두 개나 들었다고요.” 한다. 가슴 뿌듯한 인정을 느끼며 담벼락에 대고 톡톡 치려다가 흠칫 그만 두어 버렸다. 벌써 7년째 폐결핵으로 투병중인, 아내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소중히 우편 가방에 집어 넣고 조심스럽게 발을 옮겨 다녔다.

퇴근 후 나는 그것을 점퍼 왼쪽 주머니에 옮겨 넣고 왼손으로 꼭 감싼 채 만원 버스에 올랐다. 신경을 곤두세운 채 차비를 낼 때도 한 손으로 간신히 내주었고, 사람들에게 부대끼면서도 그것을 다치지 않게 하려고 몸을 사렸다. 차에서 내리니 얼마나 마음을 졸였던지 한숨이 다 나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내가 나를 맞으려 나와 서 있었다. 아내를 보자마자 “여보, 노른자위 두 개 짜리 계란, 당신 주려고 이렇게 가져왔어.” 하며 급히 서두르다 그만… 나는 그것을 손에서 놓쳐 버리고 말았다.

계란은 방바닥에 떨어졌고, 철썩 하고 깨져 버렸다. 싱싱하여 볼록하게 올라온 두 개의 노른자. 그걸 내려다보는 아내의 두 눈. 두 눈에 이슬….“이런 바보같으니….”허전해하며 서 있으려니 아내가 다가와 손을 잡는다.“고마와요. 여보.”“미안해… 당신은 꼭 나을 거야. 힘내.”

이런 바보 같은이/장광조
낮은 울타리중에서



유치원 시절 우리 집은 시내에 있었다. 꽤 먼 거리에 유치원이 있었으므로 버스로 통학을 하게 되었다. 그때 유치원생은 버스 값을 안내도 될 때였지만 우리 어머니는 항상 100원 짜리 동전을 손에 쥐어 주시면서 버스 타는 방법과 집에 오는 길을 자세히 가르쳐 주셨었다. 날씨가 무척 춥던 어느 날, 어김없이 유치원을 마치고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는데 좀처럼 버스가 나타나질 않는 것이었다.그 당시 돈에 대한 개념이 없던 나는 택시값이나 버스값이 비슷한 줄 알았다. 결국 난생 처음 용감하게 택시를 잡아 탄 나는 마냥 신기하기만 하였다. 아저씨께 외워 두었던 우리 집 주소를 말하고 차창에 얼굴을 박은 채 이것 저것 구경하기 시작했다.

기사 아저씨는 100원 짜리를 꼭 쥔 내 손을 보더니 웃음을 머금은 채 말씀하셨다.“돈이 많은가 보구나!”난 무척이나 자랑스럽게 말했다.“네, 100원이나 가지고 있어요!”아저씨의 표정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목적지까지 와서 돈을 내밀자 그분은 뭔가 망설이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왜요, 아저씨? 돈이 모자라나요?”그러나 잠시 후에 “이걸 어쩌나, 내가 마침 잔돈이 없는걸?” 하고 머뭇거리시더니 오히려 동전 몇 개를 내 손에 쥐어 주시는 게 아닌가.“옜다. 과자나 사 먹어라.”

결국 집에 와서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서야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게 되었고, 그 작은 사건이 어린 나에게 얼마나 신선한 감동으로 다가왔는지 모른다. 어른이 되어서 택시를 탈 때마다 기사 아저씨의 얼굴을 우선 확인한 다음 어린 꼬마의 동심을 지키기 위해 조금의 손해를 주저하지 않았던 그분을 떠올리곤 한다. 어딘가를 달리면서 또 나와 같은 아이를 태우고 있을 그분의 얼굴을 말이다.

마침 잔돈이 없는 걸 / 정효민
-낮은 울타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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