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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을 낳는 주일을 포기하다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697 추천수:16 112.168.96.71
2014-11-25 10:01:16
황금 알을 낳는 주일을 포기하다. 이랜드는 누구나 다 알고 있듯 대표적인 크리스천 기업이다. 그 외에도 공식적인 크리스천 기업으로 꼽히는 몇몇 기업들이 있다. 이들의 신앙에 입각한 경영 이념은 "주일은 쉽니다"라는 문구에서 발견할 수 있다. 크리스천 기업을 표방하면서 주일날 일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부분의 크리스천 기업들은 "주일은 쉽니다"를 그 어떤 경영 방침보다 중시한다. 이랜드 역시 예외는 아니다.본사는 물론 모든 매장들이 주일날 문을 닫는다. 황금알을 낳는 주일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 이랜드의 이름을 걸고 있으면서도 문을 닫지 않는 곳이 꼭 한 군데 있다. 바로 강원도 설악산 입구에 위치하고 있는 켄싱턴 호텔이다. 토요일 밤 12시가 되었다고 투숙객들을 쫓아낼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이랜드는 아름답고 건강한 휴식을 제공한다는 비전을 갖고 지난 95년, 호텔업에 진출한다. 그런데 커다란 난관에 봉착했다. 바로 주일 성수 문제였다. 일반 매장들은 주일에 문을 닫으면 그만이지만 호텔은 토요일 밤 12시가 되었다고 해서 투숙객들에게 나가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랜드는 고민 끝에 새로운 원칙을 정한다.

"주일은 들어온 손님 외에는 원칙적으로 영업 행위를 하지 않는다(예를 들어 결혼식, 연회 등).그리고 호텔 내에서 원하는 손님들과 같이 아침에 예배를 드리도록 한다. 휴일은 교대로 다른 요일에 갖도록 한다. 덕스럽지 못한 일-나이트 클럽, 빠징꼬, 포도주를 제외한 알콜 음료 판매-은 폐쇄한다." 이 원칙들은 물론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다. 이들은 주일 오전에 두 차례의 예배를 드린다. 그러나 이 원칙들은 곧 투숙객들의 다양한 요구와 상충되기 시작했다. 켄싱턴 호텔이 크리스천 기업의 소유이긴 하지만 크리스천들만 투숙하는 건 아니었으니까(실제로 투숙객의 80% 정도를 넌크리스천들이 차지한다).

호텔은 '건강한 재충전'을 내세웠지만 그들은 '뭔가 즐길 수 있는 것'을 원했다. 사실 그들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호텔 수익의 극대화를 위해서도 빠징꼬와 증기탕, 나이트 클럽 등이 필요했다. 하지만 켄싱턴은 이 모든 것을 포기했다. 자동적으로 투숙객 유치에 제한이 왔다. 특히 서울사무소에서 판촉 업무를 담당하는 정진모 과장(33)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주일날 집중되어 있는 결혼식과 각종 연회들을 모두 포기해야 했다. 이런 행사들을 유치할 경우 주일날 많은 인원들이 투입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주일이면 켄싱턴의 부대 매장들은 모두 문을 닫고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만이 남는다.

시작 후 2년은 장애물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갈등을 겪으면서 이들은 투숙객 타겟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켄싱턴이 원하고, 켄싱턴의 컨셉에 어울리는 고객을 찾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켄싱턴 호텔의 경영 이념을 존중하는 고객들을 중심으로 멤버십 제도를 만들었다. 두 번 째 타겟은 허니문을 오는 신혼 부부들이었다. 그들은 무엇보다 좋은 서비스와 깨끗한 환경,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원하기 때문이었다. 주한 외국인들 역시 이들의 타겟이 되었다. 그들이 설악산을 찾는 이유는 진정한 재충전을 위해서였다. 실제로 켄싱턴은 주위의 다른 호텔들보다 외국인 투숙률이 높다. 지금 정진모 과장은 2단계 판촉 전략을 준비 중이다.

이름하여 'S 프로젝트'. 아직은 비밀이다. 층별로 테마를 만든다는 계획. 설악산이 아니라 켄싱턴을 위해 찾아오는 손님들을 만든다는 계획이다."주일 성수는 타협될 수 없기에 오히려 소중함을 느낍니다. 판촉 역시 불리한 조건들을 극복하기 위해 수동적인 자세가 아니라 능동적인 공격성을 지니게 됐죠." 이들은 기존의 호텔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깨뜨리고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한 예로 지난해 8월, 한 단체가 약 2천만 원 규모의 행사 유치 대가로 커미션을 요구해왔다. 매출을 떠나 모두 알 만한 모임이라 호텔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정 과장은 호텔의 경영 이념을 설명하고 유치를 거절했다. 그러자 그쪽 담당자는 자신도 크리스천이라며 곧 켄싱턴의 입장을 인정하고, 으레 관례처럼 되어 있는 일이라 그랬다며 자신들이 먼저 요구 조건을 철회했다고 한다. 결국 그 행사는 순조롭게 잘 마쳐졌다. 이제 다음달이면 켄싱턴은 세 돌을 맞는다. 켄싱턴 호텔은 주일 성수를 지켜감으로써 그들의 표현처럼 설악의 보석, 하나님의 보석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정진모/일하는 제자들9901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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