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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우리 아이들에게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742 추천수:16 112.168.96.71
2014-11-25 09:55:45
내게는 스무살 먹은 자폐 경향을 가진 정신지체아인 딸이 있다. 생후 1년이 넘어서도 말을 못하고 이상행동을 하여 그래도 늦되는 아이인 줄만 알다가 4살 때 병원을 찾으니 자폐아란 것이다. 그때는 자폐증이 무엇인지 아무 것도 몰랐으며 몇 개월, 몇 년 병원에 열심히 다니면 나을 수 있는 줄만 알았다. 의사의 지시대로 일주일에 두 번씩 인천에서 제일 큰 병원 소아정신과를 6개월 이상 다녔으나 아무런 진척을 보이지 않았다.

어느 날 의사 선생님이 내게 "00이 어머니, 종교가 있으세요? 종교가 없으면 이제부터 종교를 가지세요. 00이는 자폐아 연구소에 좀 보내시고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때 받은 충격은 얼마나 큰 것인지도 모른 채 어리둥절할 뿐이요, 시간이 가고 세월이 지날수록 엄청난 고통을 안겨다 주었다. 인간발달 복지 연구소엔 십여명의 자폐아들이 있었고, 독일서 공부하고 왔다는 특수교사가 아이들하고 씨름을 하고 있었다.

괴성을 지르는 아이, 눈을 맞추지 못하고 산만한 아이,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천방지축인 아이들, 한마디 못하고 손으로 엄마를 잡아끌며 먹을 것을 달라고 하는 아이들이었다. 딸 아이는 CM송을 따라하며 반향어를 할 줄 알았다. 여전히 벙어리같이 말을 못하고 따라서 하는 말만 겨우 따라 할 뿐 과잉행동을 보였다. 한 번 바깥을 나가면 엄마 손을 놓고 한없이 앞으로만 가서 길을 잃을뻔 하기가 수도 없이 많았으며 급기야는 다섯 살 때 문고리를 따고 집을 나가서 하룻만에 어느 고아원에서 찾아온 일도 있었다. 항상 이름표를 달고 다녀야 했으며 불안과 긴장의 연속의 생활을 해야했다.

일반 초등학교에 다닐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좌절감과
허탈감을 어찌 표현할 수 있으랴. 특수학교에 다니면서 딸아이는 조금씩 행동이 수정되었으며 글씨도 익히고 어느 정도 학교 생활에 적응하여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다녔었다. 병원도 정기적으로 다녔으며 의사의 지시대로 일반학교에 통합교육을 시키라 하여 특수학급에 들어가 지진아들과 정상아들 속에 통합교육을 받았었다. 나는 아이와 함께 늘 학교에 다니고 교문 바깥에서 아이를 기다리는 생활을 졸업할 때까지 계속하였다. 중학교도 특수학급으로 다닐수 있었다.

센 고집과 편집적인 성격, 한가지만 고착하려는 습성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아이 때문에 담임선생님과 나를 당황하게 하고 곤혹스럽게 하였다. 늘 어둠의 터널을 걷는 심정으로 살았다. 희망이라곤 내겐 없었다. 아이와 같이 죽고 싶은 심정으로 절망하고 또 절망하다가 다시 살아야겠다는 본성 때문에 살았다. 세월은 빨라 어느새 3년이 지나 특수학교도 졸업하고 딸아이는 키 163cm에 체중이 65kg이나 되었고 늘 귀에 이어폰을 꽂고 카세트로 시간을 보내며 음악만 듣고 사는 아이가 되었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절망했지만 열심히 아이의 교육을 위해 살았다. 그러나 졸업 후 이 아이가 사회의 일원이 되기에는 너무 높은 사회의 벽에 둘러싸여 더 이상 더 진출할 길이 없이 막혀있는 세상만 보게 되었다.딸 아이가 세상에 적응하여 홀로서기가 가능하다면 그것은 정말 나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이리라. 그러나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얼마 전 케이블 TV에서 카톨릭 방송을 보았는데 엠마오의 집이 소개되었다. 구로역에서 내려 애경백화점 뒤로 십분 거리에 위치해 있는 엠마오의 집은 그야말로 정신지체아들을
위한 작은 보금자리 같은 곳이었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지체인들이 열심히 일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느
낌이 좋았다.

점심 때 봉사자들이 오셔서 김을 굽고, 콩나물 김치국을 끓이고, 생미역을 무쳐서 따끈한 점심을 아이들에게 제공하는데 가족 같아서 코끝이 찡하였다. 진정한 애정으로 엠마오의 집을 운영하시는 집사님. 많은 교회 봉사자들이 의료봉사, 차량봉사, 이발봉사들을 하고 있었다. 우리의 소원이 무엇인지 우리의 아이들이 소외 받지 않고 사회의 따뜻한 배려와 관심으로 보살펴 준다면 그것이 진정 복지국가로 가는
지름길이요 하나님이 바라는 것이 아닐까!

IMF시대의 우리는 어려움에 부딪히게 되었다. 경제가 쪼들리면 더욱 우리 아이들이 소외당하기 쉽고 무관심해지기 쉬워진다. 먹고살기 바쁜데 누가 이 아픈 부분에 신경을 쓰랴.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사회의 그늘진 곳,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곳, 정신지체인들이 최소한 인간다운 권익은 보호받으며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진정 우리 아이들에게/ 어느 자폐아를 둔 어머니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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