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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흐림, 내일은 맑음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447 추천수:16 112.168.96.71
2014-11-21 17:53:15
현주야, 사람은 언제든 죽을 수 있는 거란다. 엄마도 그래. …엄마도 언제 네 곁을 떠날지 몰라. 알았지…?” “그래도… 엄마… 죽지마 ….” “울긴 왜 울어. …지금이 아니라 나중에 말야. 요전에 의사 선생님이 많이 좋아졌다고 했잖아….” 조영금 씨는 오늘도 딸 현주에게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간경화 말기로 언제 생명이 끊어질지 모르니 준비하라는 의사의 말을 그녀는 딸에게 차마 비출 수가 없다. 피를 쏟고 병원에 입원했던 때, 병실에 누운 그녀의 손을 잡고 엄마를 부르며 죽지 말라고 흐느끼던 딸의 모습이 그녀의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주의 마음속엔 엄마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항상 자리하고 있었고, 그런 딸의 모습이 그녀에겐 늘 위태로워 보였다. 나이 서른. 그녀는 참 행복했다. 사랑하던 남자와의 결혼, 그리고 딸, 현주의 출산. 비록 가진 것은 얼마 없었지만 그들 가족에겐 꿈이 있었다. 언젠가 우리만의 집을 갖고 그 집 마당에서 자신들의 아이들이 뛰어노는 그런 소박한 꿈. 그 꿈을 위해 호텔에서 이발사로 일하는 남편은 손이 부르트도록 열심히 일했고, 그녀도 다섯 살 된 딸을 등에 업고 일을 해서 돈을 벌었다. 현주가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면 꼭 내 집을 마련하리라 다짐하면서….

그러나 결코 화려하지 않았던 그들의 꿈은 그 해 12월의 어느 날부터 깨어지기 시작했다.“엄마, …엄마….”조영금 씨가 잠에서 깨어난 것은 현주의 칭얼거리는 소리 때문이었다.“어…, 그래. 왜?”"엄마, 나… 물."“목말라? 잠깐 있어봐. …엄마가 갖다 줄게.…”이상했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고 아무리 힘을 주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는 누운 채로 몸을 버둥거리면서 벽에 기대어 앉았다. 그 시간이 얼마나 힘들었던지 그녀의 이마에는 어느새 땀방울이 맺히고 있었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던 현주는 엄마가 장난을 치는 줄 알고 혼자 히죽거리면서 웃고 있었다. 그녀의 병원 순례가 시작된 것은 바로 그때부터였다.

그녀의 마비 증세는 더 깊어졌고, 대소변을 보는 것마저도 혼자 힘으로는 할 수 없었다. 그러한 상실감은 그녀에게 자살을 생각하게 했다. 자살을 결심한 그녀는 매일 병원 로비로 나갔다.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 수면제를 한 알씩 사다 달라고 부탁을 하기 위함이었다. 한 달이 넘도록 로비에서 사람들의 소매를 끌어 보았지만 누구 하나 그녀의 말을 귀담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어느날 아저씨 한 분이 로비에 앉아 있던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약을 구하기 위한 생각만으로 짧게 대답했다.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녀는 살
며시 이야기를 꺼냈다.“저… 부탁이 하나 있는데요. 제가 밤에 잠이 안 와서요. … 수면제 한 알만 사다 주실 수 있으세요?"

“뭐라고? 이 년이 나쁜 년 아니여?어떤 생명인데 끊으려고 그래, 안 되지. 가족도 있어 뵈는 구먼. 어떻게 그런 생각을 혀. 가족을 생각해서라도 그러면 안 돼.”갑작스런 아저씨의 호통이 그녀의 마음에 잊고 있던 가족의 모습을 그려 주었다.‘가족? 그래…그이‥ 현주가 있어….’그녀의 두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현주 엄마? 저… 내가 아는 장애인 모임이 있는데, 함께 가보지 않을래요?”그녀에게 장애인 모임을 처음 소개해 주었던 이는 병원에서 우연히 만난 한 부인이었다. 처음에는 간단히 거절했지만 거듭되는 간청에 그녀는 하는 수 없이 모임에 나갈 것을 약속하게 되었다.

전신마비 장애인을 일일이 밥을 먹여 주고 입가에 묻은 침을 맨손으로 닦아내는 모습이 그녀에게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저기 돈 받고 하는 사람들이죠?”그녀가 물었다."아니야. 모두 자원 봉사하시는 분들이지. 저 분은 대학 교수라는데…, 참 사랑이 많은 분이야.”모임이 끝나자 그 교수라는 이가 장애인 남자 한 사람을 등에 업었다. 그런데 업힌 남자의 바짓 가랭이에서 소변이 스며 나와 교수의 바지 뒷부분이 온통 젖고 있었던 것이다. 뒤에 서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그녀는 다시 한번 놀라고 말았다. 얼굴이 편치 않으리라 짐작했던 것과는 달리 그 교수는 자신의 뒤집어쓴 오물보다도 장애인이 불편해 할까봐 휴지와 수건을 꺼내 여기저기를 닦으며 괜찮다고 전전긍긍하는 것이었다.

‘저들이 말하는 하나님의 사랑이 바로 이런 걸까?’그녀의 마음 한 구석에 따스한 햇빛이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딸에게 유언 편지 쓰던 것을 그날부터 그만하게 되었다. 그녀의 가슴속에서 딸을 향해 끝도 없이 쏟아지던 넋두리가 기도문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의 상처 입은 가슴에도 작은 사랑이 싹트고 있었다.

오늘은 흐림 내일은 맑음
-낮은 울타리 중에서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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