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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버지에 그 딸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526 추천수:15 112.168.96.71
2014-11-21 17:51:17
정희는 시집온 지 만 2년이 되어 가는 스물 둘의 초보 주부다. 많은 동생들을 뒷바라지하느라 공부를 포기한 그녀는 그저 착하고 평범하고 순한 성격의 여자이다.그래서인지 아버지는 항상 그 딸에게 마음이 쓰였다.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어느 전문대학교를 졸업한 정희는 잠깐 동안 직장 생활을 하다 결혼을 했지만 경제적으로 힘이 들었다. 시댁도 경제적으로 그리 넉넉한 집안이 아니어서 도와줄 형편이 못 되었고 친정 역시 마찬가지여서 그녀는 가끔 혼자서 눈물짓곤 했다. 그런 사정을 모르지 않는 그녀의 아버지는 딸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생활비도 대 주고 돈도 빌려주며 은근슬쩍 딸을 돕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친정 아버지는 서울에 볼일이 있어 올라왔다가 딸네 집에 들러 하룻밤을 묵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친정어머니가 살아 계셨던 지난날들에 대한 이야기 손주와 사위의 이야기... 그런데 다음 날 그만 내려가야겠다고 서두르던 아버지가 그녀에게 차비를 달라고 손을 내미는 게 아닌가.그렇지 않아도 아버지 주려고 준비했던 돈 봉투에 얼마를 더 넣으며 그녀는 가슴이 몹시 아렸다. 평소에 용돈 달라는 얘기는커녕, 어떻게든지 한 푼이라도 보태 주지 못해 애를 태우던 아버지가 아니었던가, 얼마나 궁해지셨으면 먼저 손을 내미실까 생각하니 친정 형편에 아무 관심도 보이지않고 살아온 자신이 스스로도 야속했다.

그날 그녀는 아버지를 배웅하러 나갔다가 그냥 돌아와야 했다. 아버지가 하도 등을 떠밀며 들어가라고 했기 때문이었다.'역에라도 나갔으면 그래도 마음이 이렇게까지 서운하지는 않을 텐데...' 그녀는 텅빈 집안에 혼자 앉아 쓰라린 가슴을 내내 달래야 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방에 앉아 있는 데 밖에서 갑자기 소란한 소리가 났다.그녀가 급히 방문을 열고 나갔을 때 남자 두어 사람이 차에서 막 세탁기를 끄집어내리고 있었다."저희는 세탁기 산적 없는데요."그녀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러자 그 중의 한 남자가 그녀에게 작은 쪽지 한 장을 내밀었다.

정희야! 세탁기가 고장이 났으면 빨리 사야지. 빨래는 좀 많니? 종일 손빨래를 하는 게 보기 안됐더라. 그러다가 손 틀라.돈은 애비가 지불했다.그녀는 종이 쪽지를 들고 서서 끝내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 아버지에 그 딸/김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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