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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발야구 좋아하니?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466 추천수:13 112.168.96.71
2014-11-21 17:49:00
오랜만에 동 학년 선생님들끼리 오붓하게 점심을 먹고 교실에 들어섰을 때였다. 풀잎에 맺힌 아침 이슬을 연상케 하는 맑은 눈망울의 주현이는 책상에 엎드려 흐느끼고 있고, 그 주위로는 겁에 잔뜩 질린 수많은 눈동자들이 들어서는 나를 응시하고있었다. 주현이가 자연 학습장 대금 4만 6천 원을 도난 당했다는 것이었다.지금은 부교재 사용이 불가능하지만 그 당시는 학급 나름대로 적절한 것을 아이들 스스로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었다. 5학년인지라 반장이 주축이 되어 서점에 찾아가 가격을 결정하고 저희들이 책값을 걷고 있던 중이었다.

책상 위에 무릎을 꿇고 나의 처분만 기다리던 아이들, 눈을 감게 하고 타이르며, 누군가가 잘못을 시인하고 나서기를 원했지만 시간이 흘러도 도무지 기미가 보이지 않고 내 스스로 초조해지기 시작하였다"어쩜 그럴 수 있니? 선생님은 너희들을 모두 믿고 자랑스러워했는데..." "선생님, 소지품 검사를 해요.""아냐, 그럴 수 없어."그러나 계속되는 간곡한 청에 못 이겨 허락을 하고 말았다.반장을 위시하여 학급의 임원들이 모여 회의를 열더니 스스로 소지품을 꺼내 놓고 살펴 나가기 시작하였다. 칠판에 기대어 서서 아이들의 모습을 보노라니 참으로 딱하였다.

"어떻게 하면 훔쳐 간 아이가 상처받지 않고 아무도 모르게 그 돈을 내놓게 할 수 있을까?"예상대로 소지품 검사 결과는 아무런 소득이 없이 끝나 버렸다. 제대로 수업을 진행할 수 없이 절망한 가운데 시간은 자꾸 흘러 여섯째 시간으로 접어들었다. 청소까지 다 끝내고 왁자지껄 즐겁게 귀가하고
있는 저학년의 소리를 듣는 나와 아이들의 표정은 점점 더 초조함으로 일그러져 갔다.견물생심을 칠판에 크게 써 놓고 나는 아이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훔친 아이의 미래 모습이라든가, 장발장의 이야기, 선생님도 어렸을 적에 다른 아이의 필통에 든 돈을 보면 순간적으로 갖고 싶었다는 등 있는 얘기, 없는 얘기를 다 들려주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너희 모두를 사랑한단다. 그리고 믿는단다. 우리의 남은 시간들을 상처로 얼룩지게 하고 싶지는 않구나. 돈을 가져간 아이가 있다면 내일 아침 아무도 몰래 선생님 책상 서랍에 넣거나 우리 반 아이 중 가장 믿을 만한 아이의 가방에 넣어주렴. 스스로에게 정직한 어린이가 진짜 훌륭한 어린이란다. 자. 모두 자기가 맡은 청소 구역을 깨끗하게 하고 귀가하기 바란다"우울한 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출근하여 서랍을 열어 보았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아무런 내색 없이 첫째 시간 수업을 막 끝낼 무렵이었다.

"선생님!"외마디 비명 소리가 들렸다. 주현이었다."선생님, 제 책상 속에 봉투 하나가 있어요."모두 놀란 얼굴이 되었다. "어디 보자."하얀 봉투 속에 4만 6천 원이 든 빨간 지갑이 웃고 있었다. 아이들은 박수를 치고 함성을 질렀다. 나도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물이 나을 것만 같았다. 그 봉투는 행정봉투였고, 우리 반 아이들 중 공무원 자녀가 일곱 명이었으니까 훔친 아이는 금방 찾을 수 있건만 약속대로 더 이상 캐지 않았다."얘들아, 너희들 발야구 좋아하지? 우리 모두 나가자." 서로 서로 얼싸안고 어깨동무하며 운동장으로 나
갔다. 다른 때보다 공을 더 잘 차는 아이들, 힘찬 응원과 함성이 운동장 가득 울려 퍼졌다.

얘들아 너희들 발야구 좋아하지?/김복순

-낮은울타리9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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