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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좀 시원하니..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391 추천수:14 112.168.96.71
2014-11-21 17:46:02
알은 젊었을 때 화가이자 도예가였다. 그에게는 아내와 두 명의 훌륭한 아들이 있었다. 어느 날 밤, 그의 큰아들이 심한 복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배탈이 난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알과 그의 아내는 그다지 심각한 상황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 급성 맹장이었고, 아이는 그날 밤 갑자기 죽고 말았다. 좀더 신경을 썼더라면 아이가 죽지 않았으리라는 사실을 안 알은 심한 죄책감 때문에 극도로 정신이 쇠약해졌다. 불행이 겹치느라고 얼마 뒤 그의 아내마저 여섯 살 짜리 어린 아들을 남겨 둔 채 집을 나가고 말았다.

알은 이 두 가지 비극이 안겨다 준 심한 고통과 마음의 상처를 이겨 낼 힘이 없었다. 그는 차츰 술에 의지하게 되었다.머지않아 그는 알콜 중독자 신세가 되었다. 알콜 중독이 심각해지자 알은 자신이 가졌던 모든 걸 하나둘 잃어 갔다. 가정과 집, 자신이 만든 미술 작품을 비롯해 모든 것을…. 결국엔 가서 알은 샌프란시스코의 어느 허름한 여인숙에서 혼자 쓸쓸히 생을 마쳤다. 알의 죽음을 전해들은 나는 아무 것도 남기지 못한 채 허무하게 인생을 소비한 사람에게 세상이 흔히 보내는 약간의 경멸감 같은 것을 갖게 되었다.

나는 생각했다. 얼마나 큰 손실인가! 그야말로 헛되이 낭비하고 만 인생이 아닌가!'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나는 그 가혹한 평가를 수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고 혼자 남은 알의 아들 어니가 어느덧 크게 된 것이다. 어니는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 가장 친절하고, 선하고, 사랑이 넘치는 인물이었다. 나는 자녀들과 함께 지내는 어니를 지켜보곤 했는데, 그들 사이에는 언제나 자유롭고 활기 넘치는 사랑이 오가고 있었다. 그런 애정과 세심함이 어디서 생겨난 걸까 나는 궁금했다. 나는 어니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별로 듣지 못했다. 알콜 중독으로 생을 마친 사람을 변호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니까.

어느 날 나는 용기를 내어 어니에게 물었다. "난 이해할 수없는 것이 있다네. 내가 알기로는 자네를 키운 사람은 자네의 아버지뿐인데, 도대체 알콜 중독자인 아버지가 어떤 방법으로 자네를 이토록 특별한 인간으로 키웠는가?" 내 질문을 받고 어니는 잠시 동안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집을 떠날 때인 열 아홉 살 때까지, 아버지는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이면 제게 키스를 하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애야, 난 널 사랑한단다.'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알의 인생을 완전한 실패작으로 평가했던 내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나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어른거렸다. 물론 알은 아무런 물질적인 것도 뒤에 남기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가슴 깊이 사랑을 간직한 아버지였으며, 그리하여 세상에서 내가 아는 사람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선한 인간을 뒤에 남긴 것이다.

사랑이 남긴 것 / 보비 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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